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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폭탄발언 'NFT 코인'으로… 270만원에 팔려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와 관련 "잘못된 길", "어른들이 이야기해줘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투자자 공분을 산 가운데, 해당 내용을 담은 취재기사가 '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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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암호화폐에 대한 금융위원장의 부정적 발언을 소재로 쓴 기사의 NFT가 270만원에 거래되었다.
배경
22일 국회 정무위 회의에 참여했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꾀 직설적인 말을 했다. 요지는 이렇다.
암호화폐 거래에 관해 특별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 암호화폐 거래는 분명한 투기이고, 기준에 미치지 못한 거래소들은 일시에 폐쇄시킬 수도 있다.
주식 시장에는 여러 방식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있다. 일일 상승/하락률의 제한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 밖에도 위험에 대한 공지 없이 투자를 권유한 경우 투자 실패의 책임을 금융사에게 물리는 것과 손실에 대한 피해 구제 신청을 받는 것 등이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말은 이러한 보호 조치들을 암호화폐 시장엔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 이유는? 암호화폐 매매는 지극히 개인적인 교환 행위일 뿐이니 제도권 내의 금융 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 금융위원장에 워딩에 의하자면 암호화폐 매매는 '그림을 사고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논란이 될만한 발언이었고, 당연한 수순으로 관련 기사가 쓰여졌다. 뒤이어 해당 기사는 NFT 거래소에 등록되었고, 두 시간만에 거래되었다. 신문 기사를 발행하고 이를 거래소에 등록한 주체는 블록미디어라는 신문사였다. 기사를 구매한 사람의 신원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거래 금액은 270만원(거래 당시 가격). 작지 않은 금액이었다.
자산화된 신문기사의 원본은 다음의 링크로 확인할 수 있다.
www.blockmedia.co.kr/archives/175843
은성수 금융위원장 "암호화폐 거래소 9월 갑자기 폐쇄될 수 있어" | 블록미디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특금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는 없다”며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개 넘게 있지만 9월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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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거래소는 Opensea라는 NFT 거래소다. NFT 거래의 아마존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자산화된 신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상기 법란 시즌2...은성수 금융위원장 "어른들이 (투기라고) 이야기해줘야 한다..암호화폐 거래
박상기 법란 시즌2...은성수 금융위원장 "어른들이 (투기라고) 이야기해줘야 한다..암호화폐 거래소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 2021년 4월 22일 오후 1시 53분 블록미디어 보도 은성수 위원장이 3년 전
opensea.io
블록미디어는 누구?
이 이벤트의 주최자이자 두 참가자 중 한명인 블록미디어는 인터넷 언론사이다. 이름에 내던 블록은 블록체인의 그 '블록'이 맞다. 블록체인 관련 기사를 전문으로 쓰는 언론사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찾아보니 대부분의 소재가 암호화폐다. 당연히 그렇겠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자다. 홈페이지 링크는 아래와 같다.
블록미디어 | 믿고 보는 No1. 블록체인 뉴스
[블록미디어]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본 글입니다. 투자를 한다면, 레거시 금융시장이건, 디지털 자산시장이건, 한 번 읽어봄직합니다. 인용하도록 하락해주신 정성동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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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이 암호화폐에 대한 비관론을 주장한 것을 NFT로 만들지 못한 한이 있었고,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즉각 NFT를 발행했다고 한다. 놀랄만큼 앞선 시야를 가진 것 아닐까. 실제로 기사를 자산화해 NFT를 발행한 건 최초라고 한다. 블록체인으로 저장된 것을 기준으로 볼 때는 두 번째라고 한다. 첫 번째는 더 타임즈의 기사라고 하는데, 비트코인의 개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가 저장한 것이라고 한다. 테스트 상 해본 것이 아닐까 싶다. 무튼 대단한 일이다.
사설
이 이벤트가 어떤 파급을 몰고 올지 기대된다. 당장은 아니겠다. NFT 시장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날, 왕왕 언급되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블록미디어의 의도를 낱낱이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상징적인 의의를 담아 이벤트를 기획한 건 틀림 없겠다. 암호화폐에 대한 비관론을 주장하는 정부 인사의 발언을 자산으로 만들었고 이것이 27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으로 거래되었다. 얼마나 상징적인가. 이 새로운 세계는 모든 것을 수용한다. 굵은 선을 그어 안과 밖을 가르는 제도권의 상식은 철저히 조롱받는다.
다른 측면의 의의도 있다. 저작권법 상 신문 기사들은 저작물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작권법에서 보장하는 배포, 양도, 복제 등등의 권리는 신문 기사들에 해당되지 않는다. 신문 기사들이 쉽게 인용되고 복제되는 이유다. 그랬던 기사가 현물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NFT 기술의 비호 아래 이루어진 초법적 이벤트다. 물론 한 건의 현물 거래로 모든 기사가 자산으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뭐, 좀 복잡하게 생각하자면 이번 거래로 사고 팔아진 건 기사 그 자체가 아니라, 기사로 매개되는 사회적 사건의 총체다. 구매자가 270만원으로 산 건 디지털 텍스트가 아닌, 그 디지털 사물이 암시하는 상징이다. 여기엔 그 어떤 이야기에 대한 권리와 사회적 지위가 내포되어 있다. 이번 거래를 통해 구매자는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권리와 이 사건의 한 주인공으로서의 지위를 얻었다. 그렇다고 실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NFT라는 보장된 자산이 있다. 또한 이것이 가진 가치도 있다. 높낮이가 달라질 순 있겠지만. 이런 부분들이 넓고 두껍게 이해되는 날 진정한 NFT 시장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금융위원장의 의견에 왈가왈구할 건 없다. 이해되는 발언이다. 다만 아쉬운 느낌이 없진 않다. 비판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대게 금융위원장의 공감 능력의 부재를 언급한다. 왜 현재 20, 30대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몰릴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와 심정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내 입장은 아니다.
내 아쉬운 점은 굳고 딱딱한 마음보다는 굳고 딱딱한 머리다. 왜 정부는 신문 기사의 NFT를 발행하는 식의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가. 암호화폐를 투기로 단정하고 그에 어떤 통제와 제한 조치를 취할지만 생각하는 그 전형적인 공무원스런 사고 방식이 아쉬운 것이다. 왜 이 흐름을, 이 새로운 세태를 이용하려하지 않은가. 정부의 태도는 암호화폐를 평생 투자하지 않을거라 결심하는 사람이 암호화폐를 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남일처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고 싶은 몸부림처럼.
이건 여유의 부족이다. 사태를 천천히 그리고 두루 살펴보는 여유가 없다. 그럴만도 한 것이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이유로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사회의 불평등을 꼽는다. 내가 보기엔 택도 없는 소리다. 정부의 이념, 행정 정책 그리고 집값의 변화와 상관없이 암호화폐 시장은 열렸을 것이고 온갖 투기가 벌어졌을 것이다. 전세계적인 현상 아닌가? 무튼, 내가 보기엔 정부도 그 점에 저절로 찔려서 이 영역에 대해 자신 있게 말을 못하는 듯하다. 자식의 비뚤어짐이 자신의 부족한 사랑 때문이지 않을까 걱정하며 도리어 큰 소리를 치는 중년 아저씨의 모습같다. 물론 내 생각이다.
암호화폐에 대해 정부가 취하는 통제는 그 의도가 무엇이든 결국 이 시장을 제도권으로 진입시키려는 계기가 된다. 다만 먼 길을 걸을 것인지 가깝고 쉬운 길을 걸을 것인지가 관건이겠다. 바라는 건 정부와 제도권 인사들의 창의성이다. 머스크 같은 쇼를 부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암호화폐의 되돌릴 수 없는 세계 진입을 인정하고, 그것을 어떻게든 이용해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이벤트 기획을 잘하는 정부에서 정부 연설이나 선거 탬플렛을 NFT로 자산화하려는 노력을 왜 하지 않는가. 그 경우 암호화폐 투기를 조장한다는 둥 야당이 제기할 문제 의식들이 뻔하지만 적어도 재밌고 웃기지 않는가. 대한민국이 세계의 흐름에 제대로 발맞추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암호화폐에 올라타는 것이 꼭 발전을 보장하진 않겠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직접 손을 대어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아쉬움이 들끓는다.
이 길을 뒤따르는 다른 언론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짧고 서투른 모방으로 NFT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헤치게 되더라도 부딪혀보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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